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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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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기획특집] 이병국 - 시라는 장소에 관한 짧은 시론 시라는 장소에 관한 짧은 시론 1. 김수영에 의해 재주도 없고 시인으로서의 소양도 없으며 경박하고 값싼 유행의 숭배자라 평가 절하된 박인환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박인환은 1926년 강원도 인제군에서 태어나 해방이 된 해에 종로 3가 낙원동 입구에 서점 ‘마리서사’를 경영하기 시작하여 이듬해 시 「거리」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56년 31세로 숨을 거둘 때까지 전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하였으나 대체적으로 경박함과 겉멋 든 시들로 센티멘털리즘에 경도된 시인이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해방직후에 발표한 시들은 대부분 현실 참여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후에 발표된 그의 시를 한국전쟁 경험으로 인한 결과로 도피적 낭만성으로 침잠했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기획특집] 윤의섭 - 지저귀는 새의 나이 지저귀는 새의 나이 1. 신인-새 시를 쓸 때도 그렇지만 주어진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고자 하는 강박으로 인해 이번 기획특집 주제인 ‘현대시 속에 날아든 새’라는 포괄적인 틀에서조차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나름의 궁리를 통해 나는 ‘날아든 새’를 현대시의 영역 밖에 있는 존재로부터 끌어오지 않고 ‘시인’이라는 문학적 영역에 속한 존재로부터 소환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하고 나니 우선 2020년대에 들어서서 새롭게 등장한 신인 시인(이하 신인으로 호칭) 몇몇이 어쩌면 ‘현대시 속에 날아든 새’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이 신인-새의 부리엔 시가 물려 있다. 거론할 신인을 떠올려 보다가 실제 ‘새’의 나이가 궁금해졌다. 가끔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의문이다. 대략 알아..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기획특집] 전소영-발치에서 출렁이는 미래 발치에서 출렁이는 미래 - 포스트휴머니즘의 인간학 업그레이드(upgrade)된 자는 누구인가 선택지가 없었다. 없었다고 여기는 편이 종내 그에게는 나았을 것이다. 별안간 정체 모를 괴한의 습격을 받아 아내를 잃고 자신의 육체마저 출구 없는 마비에 감금당했을 때, 그는 최첨단 두뇌인 AI ‘스템’을 소형 칩으로 이식받았다. 목적은 당연히 복수. 스템은 그의 뇌리를 나눠 쓰며 상상 너머의 위력을 몸으로부터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그 덕에 그는 자신에게 위해를 가한 악인들(이라고 믿었던 자들)을 처단할 수 있었다. 신체적 결핍의 보완 차원을 넘어 인간으로 하여금, 정말이지 끝없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스템의 권능은 처음엔 놀라움으로, 후엔 두려움으로 보는 이를 황망하게 한다. 그러다 두려움이 확고해지는 순간,..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기획특집] 최연구-AI시대의 문화와 인간 AI시대의 문화와 인간 이세돌 vs 인공지능, 세기의 대국 인간 바둑 챔피언 이세돌은 지난 2016년에 이어, 2019년 연말에 다시 한 번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과 세기의 대결을 벌임으로써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이른바 ‘알파고 쇼크’라고 불리는 2016년의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1대 4로 대패했다. ‘인간 vs 인공지능의 대결’에서 패한 이세돌은 당시 인터뷰에서 “이세돌이 패한 거지 인간이 패한 건 아니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어쨌거나 그는 난공불락의 인공지능을 상대로 기적 같은 한 번의 승리를 거두었고, 이 승리는 인간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이긴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로부터 3년 반 후, 이세돌 9단은 자신의 은퇴를 선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