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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송진권 시인의 [물속의 결혼식]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송진권의 [물속의 결혼식]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물속의 결혼식

 

송진권

물속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색색 물들인 피륙을 실은 해마들과
떠돌이 방물장수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청첩을 들고 몇몇은 일각 고래를 타고 떠나거나
병에 편지를 담아 빙산 위의 은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해저동굴에서 가져왔다는 큼직한 진주 알이 가짜로 드러났지만
아무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신부의 어머니는 시종일관 울었으나 아버지는 담담하였다
신부는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새우 더듬이나 쥐어뜯었고
철부지 신랑은 복어를 걷어차며 친구들과 놀았다
성장을 한 들러리들은 모두 육지에서 온 빈 소라고둥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포가 터지고
정어리 떼의 군무와
개복치의 독창이 끝난 다음
수만 마리 해파리들이 떠올랐다
상괭이에 올라탄 신랑 신부가
뭍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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