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2021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시마당] 오은경 - 물고기

 

   물고기

 

 

 

   횟집의 수조는 물때나 얼룩, 이끼 한 점 없이 깨끗하다 깨끗
해서 죽은 전어가 떠 있는 광경, 새우들이 가는 다리를 저으며
물보라에 싸이고 오르내리는 장면까지 셀 수 있다 방어는 한 마
리인데
   좁은 수조 속에 비스듬히 누워 있다

 

   빈 수조의 면적이 더 넓은 것 같다 횟집 주인이 호스를 집어
넣자 물이 차오른다
   물은 거품과 뒤섞인다 보도블록을 타고 흐른다 사람들은 물
줄기를 밟고 저벅저벅 걷는다 짙은 발자국이 길가에 널린다

 

   친구의 어깨가 닿는다 자리가 비좁다 맞은편에 앉은 친구들
자세도 불편해 보인다 서로가 어색한 듯 눈치를 보다가
   이내 바쁘게 회를 집는다 친구들 정수리에 가려 접시에 회가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횟집은 만석이다

 

   비가 수평으로 내린다 수조가 비어 있다 여러 개의 수조가 횟
집 구석구석에 나뒹군다 귀퉁이에 버려진 수조들은 전시용이
아닌 것 같다 유리로 된 표면은 죽죽 금이 가 있거나 깨져 있다

 

   뒤늦게 친구 한 명이 들어온다 친구는 문을 등지고 서더니 이
마에 난 땀을 닦는다 내게 다가와 한쪽 팔을 잡는다 다시 제자
리에 나를 앉히려는 것이다

 

 

 

 

 

오은경 | 2017년 『현대문학』등단 .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