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먼딩
눈앞을 지나가는 빛의 무리는
정말 오토바이일까
한 대의 오토바이가
푸르게 쌓아놓은 석과 더미를 무너뜨린다
천막 아래서 졸던 과일가게 주인이 놀라서 얼른 뛰어나오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덩어리들을 주워 담기 시작한다 이
거 먹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과육
석과에서 나온 하얀 속이 여기저기 덮인 바닥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 정말은 무엇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마는 그것을 멈춰 세우는 순간 사람
머리 따위는 한 번에 날아가버리겠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젖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부서진 석과는
부서지지 않은 석과와 함께 봉투에 가득 담겨있다
주인은 다시 자리에 앉아 부채질을 한다
부채가 몇 개인지 알 수 없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9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작가의 작품입니다
조해주 |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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