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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시마당] 조해주 - 시먼딩

 

   시먼딩

 

 

 

   눈앞을 지나가는 빛의 무리는
   정말 오토바이일까

 

   한 대의 오토바이가
   푸르게 쌓아놓은 석과 더미를 무너뜨린다

 

   천막 아래서 졸던 과일가게 주인이 놀라서 얼른 뛰어나오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덩어리들을 주워 담기 시작한다 이
거 먹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과육
   석과에서 나온 하얀 속이 여기저기 덮인 바닥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 정말은 무엇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마는 그것을 멈춰 세우는 순간 사람
머리 따위는 한 번에 날아가버리겠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젖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부서진 석과는
   부서지지 않은 석과와 함께 봉투에 가득 담겨있다

 

   주인은 다시 자리에 앉아 부채질을 한다

 

   부채가 몇 개인지 알 수 없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9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선정 작가의 작품입니다

 

 

 

 

   조해주 | 2019년 시집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로 작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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