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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시마당] 김유태 - 앙장브망

 

   앙장브망

 

 

 

   서술어 없는 책을 읽는다 다리 없는 의자에 앉는다 발목이 사라지기를 즐기는 유령인 것처럼 의자의 주어는 유기되고 주어는 서술어를 은폐한다 연기 너머로 뒷모습은 가려진다 박하향은 새의 날개 사이로 흩어진다 태어나기도 전인 종의 예정됐던 변이처럼 듣기로 했던 음악이 달리 들리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결론을 알고 있었던 것도 같아서 뒷모습 가로질러 존재하려 했던 그대의 새벽들 우리보다 앞서 세상을 선회하다 없어진 그대의 발음되지 않은 진술들 자극 없이 감행되려 한 미미한 운동들 소년 앞에서 이미 울고 있던 소년들 태어나지 않고도 먼저 울고 있는 그대와 그대들 없는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걸음을 찾아다니다 없는 눈물을 뿌려 없는 모닥불을 피워내고 유령은 눈물을 말리고 후생의 주어 안으로 배제되어 간다 불편한 옷을 입고 혼자 추는 춤은 어디로 갈까 불안의 숨을 후생의 꽃으로 피워낼까 없는 뺨을 없는 손으로 쓰다듬으며 없는 공간에서 없는 시간으로 들어가 없는 글자를 읽어보는 하얀 맹목과

 

 

 

 

 

김유태 | 2018년 『현대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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