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없는 당신을 가졌어요
검지가 긴 나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어둠, 만지면 없는 당
신을 가졌어요 기대를 물고 어린 봄처럼 당신을 가볍게 통과할
줄 알았나 봐요 어디에서나 나 전달법이 좋은데 대답은 머나요
당신을 많이 가져서, 아무 것도 안 가져서
목청을 새긴 창문 너머로
약지를 흔들며 사라지는 당신
말의 속도를 늦추고 아만다마이드
가진 것이 없어서 배부른 하늘
몰라서 좋았던 바닥
어쩌면 검지에 낀 담배연기의 저녁
잎들은 퍼런 먼지를 털며 살 속으로 미끄러지는 것 같아요
불안한 다리를 흔드는 당신보다 푸성귀를 좋아하는 토끼를
따를까요
당신의 주기는 반반으로 어우러지는 궁수자리, 그 아래 원죄
가 납작하게 자라고 있어요 바둑판은 고요할 때 숨을 참는지 뱉
는지, 반듯한 슬픔은 당신 눈에 띄지 않게 무명지로 결의를 다
지곤 해요
배고픔과 보고픔을 품고 당신 어디쯤에 자리를 잡았어요 여
물지 못한 생각은 방랑벽처럼 흩어져 켄타로우스를 따라가요
물에서 소주로 바뀌기까지 소량의 진통제를 흡입해 봐요 무엇
이든 반으로 자르면 빈 곳이 많아서, 천적이 많은 토끼는 원시
처럼 고리타분해요
생각해보니 아무 것도 아닌 풍선 하나
높이 띄워 목이 따라갈 때
전신을 덮은 수피가 뒤틀어져 당신,
내가 아파요 아프다고요
강빛나 | 2017년 『미네르바』 등단. 제2회 예천내성천문예현상공모 대상 수상. 현 계간 『미네르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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