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매섭게 시린 풍상 한 가운데
온몸으로 사르는 투신 붙들기 위해
가지 사이사이 초록잎 손가락은 단단한 결기로
선홍빛 꽃 봉우리 피워 올리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꽃술과 꽃술을 오가는
동박새들의 축제는 용광로처럼 타 오른다
향기보다 진한 핏빛 연서로
엄동설한 한 시절 뜨겁게 살다
한 잎 흩트리지 않는 꼿꼿한 절개로
송이 채 몸을 던지는
주검조차 꺾지 못한 기개
환생을 꿈꾸며 대지로 스미고 있다
정수안 | 2020년 계간 『문파』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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