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러다가 시 쓴다
─수현에게
J는 생각했다
방포해수욕장의 아이들
제멋대로 튀는 땅강아지들
불꽃놀이 쓰레기와 소주병들
쓸모에 대해
불씨가 남아있는 화로
호일에 쌓여있는 것은 감자일까 고구마일까
손목일까 자갈일까
도박도 안했고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방파제에 온전히 붙어있는 고동들
버려진 횟감과 가시들
그것은 어딘가 닮은 점이 있지
기분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그런 게 있지
J는 생각했다
눈사람을 녹이며 쏟아지는 오로라 사이
흩어지는 자신과
움켜쥔 주먹으로 새어나오는 모래들
쓸모에 대해
식어가는 것과 뜨거워지는 것을 구분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J의 눈빛과 섞여 반짝이는 물빛
바람의 빈 목을 찾아보는
방울들
무언가에 홀린 낚시꾼처럼
J는 했다
ڷ
詩
정우신 | 201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비금속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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