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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겨울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시마당] 정우신 - 너 그러다가 시 쓴다

너 그러다가 시 쓴다

─수현에게

 

 

 

J는 생각했다

 

방포해수욕장의 아이들

 

제멋대로 튀는 땅강아지들

 

불꽃놀이 쓰레기와 소주병들

 

쓸모에 대해

 

불씨가 남아있는 화로

 

호일에 쌓여있는 것은 감자일까 고구마일까

 

손목일까 자갈일까

 

도박도 안했고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방파제에 온전히 붙어있는 고동들

 

버려진 횟감과 가시들

 

그것은 어딘가 닮은 점이 있지

 

기분이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그런 게 있지

 

J는 생각했다

 

눈사람을 녹이며 쏟아지는 오로라 사이

 

흩어지는 자신과

 

움켜쥔 주먹으로 새어나오는 모래들

 

쓸모에 대해

 

식어가는 것과 뜨거워지는 것을 구분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J의 눈빛과 섞여 반짝이는 물빛

 

바람의 빈 목을 찾아보는

 

방울들

 

무언가에 홀린 낚시꾼처럼

 

J는 했다

 

 

 

ڷ

 

 

 

 

 

 

 

 

정우신 | 201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비금속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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