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집
둔촌동 북 카페
창밖에서 누군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읽고 있던 문장들이 멈춰선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잿빛 재킷
바람이 빈 소매에 팔을 끼우고 펄럭인다
누구의 몸을 벗어버리고 재킷은
저리도 아프도록 신음하는가
궤도를 이탈한 쓸쓸한 기억들이 나뭇가지에 쌓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시간은 흐르고
매일 같은 자리에 갇혀있는 저 올가미
오랫동안 창밖, 그 자리에 있지만 없는 사내
사람들은 모딜리니아 여인의 긴 목으로 바라본다
바라보며 삼킨 체념들
늘 가위에 눌리는 꿈을 꾼다
우리는 왜 허공에 황량한 집을 지을까
혼자 견딜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
내가 서 있다
최숙자 | 2019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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