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를 위한 네 번의 변주
이 시는 한 그루의 향나무로 만든
공용책상 위에서 쓰였고,
한 그루 죽은 향나무로 만든
공용책상 위에 놓일 것이다
──한밤에 불을 켜고 너는
홀로 의자에 앉아 이 시를 쓰고 있다.
이 시는 죽은 향나무로 만든
한 개의 공용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한 개의 공용책상으로 만들어져 죽은
나무의 향을 두르고 앉아 있을 것이다
──이 밤에 불을 켜고 너는
홀로 한 의자에 앉아 시를 쓰고 있다.
이 시는 책상에 앉는 공용자세를 만들어
하나의 죽음에 나무 향을 둘렀고,
한 그루 나무의 향이 아우르는
공용죽음의 자세로 책상에 앉을 것이다
──이 시의 밤에 불을 켜고 앉아
너는 홀로 한 의자를 쓰고 있다.
이 시는 나무 한 그루로 펼쳐진
죽음의 향을 환기하며 책상에 앉아 있었고,
책상에 앉은 죽음의 향을 나무로 환기하며
한 그루의 자세를 연주할 것이다
──이 시가 쓰는 의자에 홀로 앉아
한 밤의 불이 너를 켜고 있다.
이설빈 |2014년『문학과 사회』 등단. 시집『울타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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