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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여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이설빈 - 의자를 위한 네 번의 변주

의자를 위한 네 번의 변주

 

 

이 시는 한 그루의 향나무로 만든

공용책상 위에서 쓰였고,

한 그루 죽은 향나무로 만든

공용책상 위에 놓일 것이다

──한밤에 불을 켜고 너는

홀로 의자에 앉아 이 시를 쓰고 있다.

 

이 시는 죽은 향나무로 만든

한 개의 공용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한 개의 공용책상으로 만들어져 죽은

나무의 향을 두르고 앉아 있을 것이다

──이 밤에 불을 켜고 너는

홀로 한 의자에 앉아 시를 쓰고 있다.

 

이 시는 책상에 앉는 공용자세를 만들어

하나의 죽음에 나무 향을 둘렀고,

한 그루 나무의 향이 아우르는

공용죽음의 자세로 책상에 앉을 것이다

──이 시의 밤에 불을 켜고 앉아

너는 홀로 한 의자를 쓰고 있다.

 

이 시는 나무 한 그루로 펼쳐진

죽음의 향을 환기하며 책상에 앉아 있었고,

책상에 앉은 죽음의 향을 나무로 환기하며

한 그루의 자세를 연주할 것이다

──이 시가 쓰는 의자에 홀로 앉아

한 밤의 불이 너를 켜고 있다.

 

 

 

 

 

이설빈 |2014년『문학과 사회』 등단. 시집『울타리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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