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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마당/2020년 겨울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수필마당] 손거울 - 짱돌

 

 

짱돌

 

 

강물은 아침 안개를 품은 체 유유히 흐르고 있다. 강 건너에는 그들의 아지트인 빈집이 내 시야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나는 시간이 없었다. 결전의 시간이다. 내가 이 학교를 다니느냐 아니면 다시 목동으로 돌아가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어떻게 해서 얻은 기회인데 학업의 중단은 없다. 떨리는 입술을 깨문다. 내주먹보다 큰 반들거리는 짱돌하나를 가방 도시락 케이스 옆에 집어넣는다.

물론 젊은 선생님의 후원이 힘이 된다. 혼자지만 혼자는 아니다. “계율아 니가 그냥 지나가면 너의 후배들도 당한다. 단단히 각오해라 내가 있다;” 하신 말씀에 힘을 얻는다. 아지트 입구 쪽을 조심스럽게 지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담배를 꼬나물고 나타난 셋 놈이다. 나보다는 몇 살씩 더 먹어 보인다. “야 이 촌놈 어디 갔다 왔니 니가 요즘 학교서 잘 나간다면서” 하며 내게 접근한다.

바로 이때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날 건더리지마“ 내 고함지른다. 그 소리가 사과밭 쪽으로 울려 퍼진다. ”야 이놈들아 거기 있어“ 하며 쏜살같이 달려 나오는 선생님의 자전거, 이에 놀란 셋 놈을 화들짝 달아났다. 이때 나의 번개 같이 본능적인 동작이 작동하여 짱돌을 집어 들고 힘껏 던졌다. 달아나는 한 녀석의 발목에 정통으로 맞고 ” 억“ 하고 주춤하는 사이 선생님이 그녀석의 목덜미를 낚아챈다. 두 놈은 징검다리 건너 달아나고 선생님은 자전거를 끌고 한손으로 목덜미를 잡은 체 그 놈들의 사는 동네로 가시면서 ”계율아 어서 학교 가라 지각 한다“ 하신다. 선생님의 제자 사랑이 넘치는 한마디였다.

선생님은 동네로 들어가 그들의 부모를 만나 재발 방지를 약속받고 세 놈은 일일이 그런 일이 한번만 더 있으면 경찰에 고발 한다는 각서를 받고 오셨다. 그 후 부터는 나의 별명이 지각대장에서 짱돌로 바뀌었다. 짱돌하나에 학교 내외를 평정 했다. “저 녀석 보기에는 촌놈이지만 속은 아주 무서운 놈이야. 짱돌을 갖고 다닌데” 하면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동급생은 물론이고 상급생 까지도 깍듯이 대우 해 준다. 그 후 3년이란 세월을 장애물 없이 평안히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개인이나 국가는 전쟁준비가 되어 있어야 평화를 누릴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짱돌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싸움은 무기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우선 자기를 지키는 올바른 정신이 문제다. 우리는 휴전 중이면서도 사람마다 짱돌을 품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공무원이 적에게 총살당하고 시신까지 훼손 하는 것은 짱돌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힘이 부족하면 우방과 동맹을 굳건히 해야 천금 같은 피 땀 흘려 지켜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이념 실현을 기대 할 수 있다. 그날 선생님처럼 우리는 적들의 목덜미를 잡을 수 있는 우방을 가까이 해야 할 것이다. 개개인은 짱돌을 품고.

 

 

 

 

 

손거울 | 2011년 계간 『문파』 등단. 수필집 『울 엄마 치마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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