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2021년 여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조효복-떠도는 잠

떠도는 잠

 


젖은 아기들이 오네
물 위를 떠도는 가방들


아기들의 잠은 가벼워
수초들은 조금씩 몸을 키웠네


물고기처럼 자주 놀라 울음을 잊은 아기들
살이 무른 풀들도 숨죽여 가방을 끌어안았지
바람의 말에 순종하며 가만히 흔들렸지


잠이 닿은 그곳에선
언덕을 쌓고 해와 함께 달리겠지


툭툭 털어낸 햇빛이 발가락 사이에 고이겠지
네 함성이 무늬를 갖고 이야기가 생길 거야
밤이 오면 달빛에 몸을 말고 자장가를 나누겠지


먼동이 트고 기별은 없고
울음뿐인 몸들이 수로를 헤매네
빈 요람이 흔들리네


가방 속 아이들아
지문을 잃고 어둠을 삼키며
얼굴보다 큰 슬리퍼를 끄는 아이들아
세워도 세워도 미끄러지는


껍질을 깬 발룻*에서 검푸른 불꽃이 피네

엉긴 부리의 울음을 끌어안으면
노랑 승합차가 긴 조문을 떠나네


* 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삶은 동남아 요리

 

 

 

 

조효복 | 2020년 『시로 여는 세상』 등단. 2021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등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