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생
동경하는 토르소
팔꿈치를 핥을 수 없는 혀를 달고서
물어뜯은 손톱을 가만히 바라봐
이번 생은 실패일까
너를 안고서 놓치는 상상을 해
잠깐 환해지는 안쪽
위험한 모습으로 자세가 무너져
그건 이미 내가 가진 소문이고
조용하게 엎질러져 있는 너를 보며
우리의 입안은 뾰족한 단위로 이루어진 걸까
비 내리는 오후처럼 금이 가는 바깥은
몸에 감싸기 쉽고
세수를 하는 아침은
화장실 불을 켜지 않는 일이 많아져
턱을 괴더니
부서지기 쉬운 무게 같아
현관문을 열어놓고 나가는 애인처럼
예감으로 가득 찬 두 다리를 팔로 끌어안으면
나는 나에게 자꾸만 해로워지고 있어
발가락만 조금 꼼지락거리면
아, 날아간다
나는 멈춰 서서 흘린 그림자가 있어
한준석 |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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