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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여한솔-돌과 해부학

돌과 해부학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다.
의사는 적외선을 가져다 대고 잠을 자게 했다.


치료실 커튼 뒤로 굽은 뼈들이 잠을 자고 있다.


몸에서 흘러나온 생각이
몸의 중심을 뚫고 지나간다.
불어난 강줄기


몸은 어딘가로 간다.
병원이나 채광 아니면 차례를 기다리면서


줄 맨 끝에 도착한다.
작고 단단한 정을 들어 이마를 친다.


한 번씩
얼음처럼 부서지는 꿈을 꾼다.


공사장의 소음
벽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등 뒤에 있는 것 같다.


빗장 부수고
마음이 울린다.


건물 벽이 무너지고 있다.
구부러진 쇠

마지막


까만 골조를 상상한다.


돌가루가 가득한 바닥을 보면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고
폐허를 갖게 되었다.
마른 숲을 갖게 되었다.


조각품을 보고 싶다.


복숭아뼈를 만졌다.


마지막 여백이
아픈 어깨처럼 휘고 있다.


나는 기지개를 켜며
빛인지 어둠인지 알 수 없는 곳으로 걸었다.


조각상의 손바닥을 만지며
최선이란 것을 만든 신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오래 바라보며
눈이 먼 것이다.

 

 

 

 

여한솔 | 202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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