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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병호-과수원

과수원

 

 

내일이면 터질까 싶은 물집

저녁이 되지 못한 구름

그이들의 곡절은 얼마나 다정할까

 

손을 내밀면 녹아지는

나무가 옮기지 못한 마음도 있겠다

 

태풍이 지나는지 능선의

필라멘트는 낱낱이 터지고

대신 나무도 빈집도

당신의 이름을 닮는다

 

숨을 곳이 구름뿐이어서

저녁이 오는 동안

바라보는 일이 전부인 마음도 있겠다

 

눈물 얼룩 서늘한 발등과

마른 입맞춤과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고백이 있어

 

들판도 아니고 집도 아닌

무작정 겨울뿐인

이월의 과수원

 

얼마나 멀어야 구름이 될까

얼마나 저물어야 꽃이 될까

 

구름에 묻힌 속눈썹 하나

잘 마르지 않는 눈빛 하나

 

발자국 하나 없이

당신을 데려갈 수 있을까

 

같이 어디 가자는 말도 없는

이월의 과수원처럼

 

 

 

 

김병호(金炳昊) 2003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달 안을 걷다」「밤새 이상을 읽다」「백핸드 발리.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윤동주상 젊은작가상, 동천문학상 등 수상. 현 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계간시인수첩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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