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해질녘 홀로 발이 시리다
스산한 길, 가느다란 팔 휘저으며 침묵을 흔드는
바람이 볼을 스치면 바짝 마른 몸 구부려 웅크리고
위태위태한 떨림의 말 알아듣지 못한 곡조를
윙윙윙, 나무는 가여운 생존을 내뱉고 있다
물 흐르듯 사라져가는 계절의 길목에서
눈만 깜박이는 부엉이처럼 가끔
마지막 잎새 하나 떨어질 듯 흔드는
흔들리는 그 모습이 서럽다
엊그제 같았던 푸른 잎들의
속삭임, 텅 빈 벌판에 메아리로 남고
침묵의 늪에 잠긴다
청량한 새들 지저귀는 봄날
기다리며 긴 발톱 뿌리에 감추는
완곡한 겨울나무
김영숙 |2007년 『한국문인』 등단. 시집 「문득 그립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파문학회 회원,
경기시인협회 회원. 동남문학회 회장역임. 동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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