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안차애-개, 너머
개, 너머 산 너머, 개가 있어요 개밖에 모르는 개, 개에만 골몰하는 개가 있어요 개 옆에는 상추와 치커리가 자라고, 파랗고 빨간 고추를 딴 뒤에는 무와 배추를 심는 농장이 있어요 농장 위로 구름이 떠가고 울타리 너머 카페의 커피향이 후각을 흔들어도 개는, 개만 하고 있어요 개만 뚫고, 개만 파고, 개의 콧등만 지나고 있어요 하루치 야채를 딴 사람들이 돌아가고 농장 주인의 차가 떠나도 산 너머, 개가 있어요 저녁보다 검은, 개가 있어요 제 눈빛의 검정에 갇힌 개가 제 꼬리의 검정을 뱅뱅 돌아요 맴돌수록 졸아드는 검정처럼 산 너머, 개가 어둠의 배경이 되고 있어요 저물녘의 검정, 너머 발자국의 검정, 너머 반경 1미터의 검은 줄 너머, 개가 안차애 |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치명적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