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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홍유리 - 코로나 이후의 삶, <퍼펙트 센스>가 말하는 최후의 감각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와 함께 시작되었다. 공격적인 감염력을 갖고 있는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의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선진국들의 방역 체계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국지전을 제외하고 오랜 기간 평화의 시기를 유지해오던 대다수의 국가들이 총칼과 포탄 대신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적과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지리멸렬한 시간 속에 사람들은 이와 같은 위기를 인류가 어떻게 견뎌왔는지 알고자 했다. 카뮈의 『페스트』가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고, (2011), (2013) 등이 감염병 영화들의 역주행을 이끌었다. 우리는 오랜 시간동안 이와 같은 미지의 적에 대한 공포심을 드러내왔다. 영화에서 등장한 대표적인 사례는 조지 로메르의 (1968)을 필두로 꾸준히 제작되어 온 좀비물이다...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삶의 골수를 열망한 사내 Editor 박미경 저 황홀한 노랑의 향연, 제주의 감미로운 추억인 성산포 유채꽃밭이 한순간 트랙터로 무참히 뭉개졌다. 꽃의 학살이다. 가격 폭락으로 배추를 갈아엎고 양파를 갈아엎던 농부들의 모습을 볼 때는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십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제주, 삼척에서 갈아엎는 유채꽃밭과 신안 어느 섬의 백만 송이 튤립을 엎어버린 행위 앞에서는 분노를 넘어 자괴감마저 들었다. 무모한 관광객에게 ‘뽄때’를 보여주기는 했으나 인간에 대한 혐오는 한층 깊어졌다. 인간이 정녕 꽃보다 대단한 존재일까?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를 생각했다.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소로는 2년 동안 홀로 ‘월든’이라는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
[영화 이야기] 홍유리 - 우주와 매혹의 영화,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해 우주가 영화의 소재가 되기 시작한 것은 1902년 조르쥬 멜리에스Georges Méliès의 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술사였던 감독은 자신이 그리던 상상의 세계를 움직이는 영상을 통해 재현해보고자 했다. 디졸브, 페이드 인/아웃, 매트 촬영, 이중 노출, 스톱 모션 등의 마법과 같은 특수효과들이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기법들은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집대성되면서 이라는 기념비적인 영화로 완성된다. 우주라는 소재와 영화 이미지의 특수한 기능이 만나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매혹적인 영상 문법의 포문을 연 셈이다. 이후 표현 형식이 급진적으로 도약했던 영화사의 몇몇 지점들에서도 우주의 개입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기 시작한 (1977),..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추한 것이 아름답다, 툴루즈 로트렉 Editor 박미경 아침, 식당에서 수프를 한 스푼 들이마신 어머님이, “아.” 하고 나직이 소리를 지르셨다. “머리카락인가요?” 수프에 뭐 언짢은 게 들었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아니.”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 스푼 훌쩍 입속에 흘려 넘기시고, 딴 생각을 하는 듯한 조용한 얼굴로 옆으로 향하여, 부엌 창밖에 만발한 산벚꽃을 쳐다보셨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사양斜陽』의 첫머리다. 수프를 마시는 어머니의 기품을 묘사하면서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천작天爵’-하늘이 내린 작위를 가진 사람으로 찬탄해 마지않는다. 자식에게서 천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다니… 그 인상적인 풍경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후에 툴루즈 로트렉의 (1882)을 보던 순간 영화처럼 다자이 오사무 소설 속의 어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