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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계간 문파문학 2019 봄호] 이병률 시인의 [자유의 언덕] 시 낭송

계간 [문파]의 [에디터 픽]에 실린 이병률님의 시 [자유의 언덕]을 작가의 낭송으로 들어 봅니다.

 

 

자유의 언덕


이병률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리라
그러므로 나는 아무것으로도 이름 부르지 않으라는 약속을
당신에게 해야겠다

내가 당신을 불러야 할 호칭은
이제껏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이겠지만

형이라 부르면 좋겠으나 형이라 부르지 않겠다
누나라 불러도 아버지라 불러도 무방하겠지만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겠다
선생이라 불러서 식음食飮하는 일의 준비를 하여도 좋고
창가의 꽃이 되어도 좋겠다 싶지만 그렇게도 않겠다

사막이었던 곳에 혼자 갔었을 때처럼
그곳에 사라진 돌 바위들과
그곳에서 사라진 거대한 무덤들과
그리고 이미 그 전에 사라져버린 왕조도 있었다
모두 모래가 되었다

무엇도 이름하지 않으리라

지금들, 그리고 여러 많은 광채들,
그뿐

무엇도 필요치 않으니
당신은 가만 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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