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결혼식
속이 꽉 찬 그녀가 설레는 마음으로
염전의 사내를 만났다
노오란 속살에 서서히 바다가 스며들자
하늘 높이 세우던 그녀의 콧대가 숨을 죽인다
파 마늘 양파
빨간 고춧가루
합체한 사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봄볕
오지항아리 속에서
묵을수록 깊어지는
완전한 발효
신혼의 단꿈이 익어간다
맵고 쓰고 단 세상을 짊어질
한 생의 역사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정정임 | 2015년 계간 『문파』 등단. 동남문학회 회장. 동남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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