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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여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정수경 - 말의 불균형

말의 불균형

 

 

마는 모두 땅속에서 자라는 줄 알았다 공중에 달린 마를 처음 먹었을 때만 해도 말馬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열매마는 공중에 매달려 있는 마를 말하고 말발굽을 닮았다 말은 자신의 몸 일부를 넝쿨에 묶어 두고 골목 어느 곳을 달리고 있을까 새가 달리고 음악이 달리고 의미 없는 모자도 매달린다

 

마는 뿌리를 버리고 왜 허공으로 이주했을까 지하로 주소를 옮긴 새도 있지만 말이 남기고 간 말발굽을 따라가면 찾고자 하는 걸 찾을 수 있다 흰 개와 검은 개가 오는 것도 그랬다 새장 속에 화분을 넣으면 새는 균형을 되찾지만 말의 불균형은 세계 곳곳에 남아있다

 

아이언 피시(Iron Fish)는 말이 남긴 말발굽의 다른 형태, 물고기는 흐물거리는 몸을 가졌지만 동물성보다 식물성에 가깝다 캄보디아 골목에선 한 마리의 아이언 피시를 넣어 끊인 음식을 먹고 철분을 보충했다 아이들은 철봉에 모자처럼 매달려 신보다 말의 일부를 더 믿게 되었다

 

저 멀리서 개 한 마리 말처럼 달려온다 반은 희고 반은 검은

 

이런 문장이 의미 없다 생각하면 말(言)은 균형을 잃는다

 

 

 

 

 

정수경 | 2019년 제9회 『시인광장』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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