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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겨울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시마당] 이종선 - 영란정

영란정

 

 

앞만 보고 산길 걸으며 산허리를 감싼 안개 속으로

나도 모르게 깊이 빠져 든다

 

가픈 한숨 태우며 오르고 오르다 까칠한 바윗돌에 걸터앉아

늙은 소나무 붙잡고 향기를 더듬어본다

 

혼자 걷는 불곡산길 힘들어도 달개비 꽃 눈동자 거기 있을 것 같아

작은 마음으로 둘러보는데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영란정 무거운 바람은 끈적끈적한데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 아프다

 

그대 붉은 나뭇잎으로 아무도 모르게 가슴 흔들면

맑은 눈으로 가을하늘 쪼으며 날아오르는 한 마리 멧비둘기

 

 

 

 

 

이종선 |2019년 계간 『문파』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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