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터
산더미같이 큰 회오리
거친 바람을 퍼 부었다
생각의 빈 가지 쳐 내리고
뼈 속 깊이 웅크린 붉은 파편
소용돌이치며 부서졌다
미세먼지처럼 숨 막히는
일상의 권태로움
휘몰고 사라진 빈터에서
뒤틀린 몸짓 깃을 세우며
곧 터질 것 같은 파란 하늘 쳐다 본다
긁힌 둔턱엔 뽀오얀 새살 돋아나고
씻어놓은 쌀처럼 정갈한 모래위로
향기 머금은 물빛이 번진다
버들치 물가에 모여들며
가뭇가뭇 둥그런 춤을 추고
어린 백로의 가녀린 하얀 깃털
한 눈 큼 자라나는 초가을
장미빛 햇살 촘촘히 내려앉는다
이란자 | 2019년 계간 『문파』 등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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