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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지헌-징후들

징후들

 

 

해발2700m 알프스 피졸산 정상

검은 옷의 조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오늘의 망자는 피졸 빙하

사인은 지구온난화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추도사를 낭독했다 장례주관자 에릭 페트리니 사제는 기도문을 읽고 일부 조문객은 빙하의 흔적만 남은 말라버린 땅에 꽃을 바쳤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은 알펜호른을 연주하며 애도했다

 

이보다 앞서 아이슬란드에서도 700살 된 빙하의 장례식이 열렸다 남은 빙하들도 200년 내에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측 한다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비밀이 열리며 실종된 가족을 찾기도 했으니까

 

냉동인간을 꿈꿨을까 전갈이 들어가 있는 호박 보석처럼 냉동인간을 장식으로 넣은 빙하라니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빙하의 장례식이 열리는 곳마다 재빨리 달려가 잠복된 비밀을 경매에 붙일지도 모르겠다 냉동전갈은 아름다웠으니까 백악기의 곤충 보석처럼 징후들은 여기저기 나타나기 시작했으니까

 

적도 가까이에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는 소식, 남반구에서는 시커멓게 그을린 코알라들이 사라져간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졌다 눈물 그렁그렁한 아이까지 수백 년의 비밀이 곧 드러날 것이다 환장할 봄날도 멸종되고 말 거라는,

 

 

 

 

김지헌 1997현대시학등단. 시집회중시계」「황금빛 가창오리 떼」「배롱나무 사원. 현 한국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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