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트라
나의 신은 매번 요절했다
얼음 위에서 떨고 있는 슴새의 발처럼
나는 밤마다 입에서 은색의 문자를 낸다
저 바람 속에는
눈물을 말리는 눈들이 있다
-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네가 외우는 문자이다
밤의 도로는 비어있고
한 사내가 커다란 물고기를 안고 간다
물고기의 눈물이 그의 발자국 위로 떨어질 때
그 입은 벌려진 채 고정되어 있다
누군가를 부르다가 멈춰버린 것처럼
물고기에서 새에게로
전송되는 밤의 만트라
내가 바라보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시간에
나는 생각한다 그의 피부로, 그의 허파로
내 몸은 그의 기억이다
그를 제외하면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얼굴을 얼마나 많이 삼켜버렸는지
나의 몸은 그림자로 가득 차 있다
창백한 불꽃 속으로
기울어지는 작은 머리가 있다
깊고 어두운 숲의 한 가운데로
자기 노래를 불어넣는 시인이 있다
내가 깨우러 가면
그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가 내려와
젖은 하늘을 낳고 또 낳는다
불타는 성당 위에서 흰 공작새가 운다
김연아 |2008년『현대시학』등단. 시집「달의 기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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