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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연아-만트라

만트라

 

 

나의 신은 매번 요절했다

얼음 위에서 떨고 있는 슴새의 발처럼

 

나는 밤마다 입에서 은색의 문자를 낸다

저 바람 속에는

눈물을 말리는 눈들이 있다

 

-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네가 외우는 문자이다

 

밤의 도로는 비어있고

한 사내가 커다란 물고기를 안고 간다

물고기의 눈물이 그의 발자국 위로 떨어질 때

그 입은 벌려진 채 고정되어 있다

누군가를 부르다가 멈춰버린 것처럼

 

물고기에서 새에게로

전송되는 밤의 만트라

 

내가 바라보는 그가

나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는 시간에

나는 생각한다 그의 피부로, 그의 허파로

 

내 몸은 그의 기억이다

그를 제외하면 내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얼굴을 얼마나 많이 삼켜버렸는지

나의 몸은 그림자로 가득 차 있다

 

창백한 불꽃 속으로

기울어지는 작은 머리가 있다

깊고 어두운 숲의 한 가운데로

자기 노래를 불어넣는 시인이 있다

 

내가 깨우러 가면

그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다가 내려와

젖은 하늘을 낳고 또 낳는다

불타는 성당 위에서 흰 공작새가 운다

 

 

 

 

김연아 2008현대시학등단. 시집달의 기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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