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장수진-무원 다방

무원 다방

 

 

커어피

테이블

테이블 보

 

원하고 원망하고

홀짝이고 훌쩍이고

얼룩진 물기 누가

욱 깨문 듯

이 빠진 찻잔

싱크대의 젖은 국화들

 

누군가 다녀간

무원

 

밀양에서 전도연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카메라는 전도연을 본다

무원은 다방 앞에서 계단 입구를 보는데

무원은 영화 본 적 없고

무원은 소설 가끔 시를 보는데

하늘이 더러워도 맑아도

저 아래는 쥐가 드글드글할 것 같은데

이상하지 않다

그런 세상

쥐가 프로이트보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그것은 무원의 초자아일까

무원은

주인일까 손님일까

아들

아들은 다방을 떠날 것이다

전도연 아들은 죽었고

도연은 신 새끼를 찾아 사지를 찢어발겨야겠는데

무원은 계단을 내려간다

녹슨 파이프와 절단된 파이프와

찬장에 구두와

찻잔에 둥둥 뜬 틀니

종교란 거북한 것들만 숭배하지

악습이지

무원은 다방을 구겨 외투로 감싼다

밝은 거리를 걷는다

퉤퉤

외투 속에서 쥐가 커피를 뱉으며 하는 말은

아 좋다 이 밝음

 

의식은 죽지 않는다

초자아는 거북이지

 

이것은 무원이 도연을 찾아가는 스토리

 

 

 

 

 

장수진 | 2012년『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사랑은 우르르 꿀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