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 다방
커어피
테이블
테이블 보
원하고 원망하고
홀짝이고 훌쩍이고
얼룩진 물기 누가
욱 깨문 듯
이 빠진 찻잔
싱크대의 젖은 국화들
누군가 다녀간
무원
밀양에서 전도연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카메라는 전도연을 본다
무원은 다방 앞에서 계단 입구를 보는데
무원은 영화 본 적 없고
무원은 소설 가끔 시를 보는데
하늘이 더러워도 맑아도
저 아래는 쥐가 드글드글할 것 같은데
이상하지 않다
그런 세상
쥐가 프로이트보다
인간의 무의식에 대해 더 많이 안다는
그것은 무원의 초자아일까
무원은
주인일까 손님일까
아들
아들은 다방을 떠날 것이다
전도연 아들은 죽었고
도연은 신 새끼를 찾아 사지를 찢어발겨야겠는데
무원은 계단을 내려간다
녹슨 파이프와 절단된 파이프와
찬장에 구두와
찻잔에 둥둥 뜬 틀니
종교란 거북한 것들만 숭배하지
악습이지
무원은 다방을 구겨 외투로 감싼다
밝은 거리를 걷는다
퉤퉤
외투 속에서 쥐가 커피를 뱉으며 하는 말은
아 좋다 이 밝음
의식은 죽지 않는다
초자아는 거북이지
이것은 무원이 도연을 찾아가는 스토리
장수진 | 2012년『문학과 사회』등단. 시집「사랑은 우르르 꿀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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