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입 안에 설탕이 녹듯이
어젯밤 내린 비는 흔적 없다
물은 조작이나 은폐를 모르는 순수
꽃들 또한 향기로는 상처를 증명하지 못하니
유야무야 내적 독백에 젖은 물빛이다
그러니 감정은 닥치고 영혼은 피어나라
아침은 눈치 볼 것도 없는 새날이다
비를 숨겼다기보다는 비는 어디론가 흘러간 것
알잖아, 의식의 흐름은 매력적인 전개인 것을
비도 꽃도 상처도 불쑥 드러낸 현상일 뿐
그러니 용서처럼 따뜻한 햇살에 깨어나라
용서... 쉽지 않지만 어려울 것도 없는
용서... 당신이 아니라 나를 위해
다만 나무같이 오래 서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탄이 타버리고 나면 무너질 듯한 아홉 개의 성에는
창백한 이야기가 남지
나는 오직 두 개의 눈동자에 타고 남은 잿빛 영혼
그러니 감정은 닥치고 커피와 논의할 게 많은 아침을 다오
붉고 붉은 새날의 양탄자를 나에게
김성희 | 2015년 계간『미네르바』등단.
반응형
'시마당 > 2020년 봄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유림-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 (0) | 2020.04.24 |
---|---|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조창규-수목한계선 (0) | 2020.04.24 |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유이우-부드러운 거리 (0) | 2020.04.24 |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조영숙-곁에 (0) | 2020.04.24 |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장수진-무원 다방 (0) | 2020.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