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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성희-이상하다

이상하다

 

 

입 안에 설탕이 녹듯이

어젯밤 내린 비는 흔적 없다

물은 조작이나 은폐를 모르는 순수

꽃들 또한 향기로는 상처를 증명하지 못하니

유야무야 내적 독백에 젖은 물빛이다

 

그러니 감정은 닥치고 영혼은 피어나라

아침은 눈치 볼 것도 없는 새날이다

비를 숨겼다기보다는 비는 어디론가 흘러간 것

알잖아, 의식의 흐름은 매력적인 전개인 것을

비도 꽃도 상처도 불쑥 드러낸 현상일 뿐

 

그러니 용서처럼 따뜻한 햇살에 깨어나라

용서... 쉽지 않지만 어려울 것도 없는

용서... 당신이 아니라 나를 위해

다만 나무같이 오래 서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연탄이 타버리고 나면 무너질 듯한 아홉 개의 성에는

창백한 이야기가 남지

나는 오직 두 개의 눈동자에 타고 남은 잿빛 영혼

 

그러니 감정은 닥치고 커피와 논의할 게 많은 아침을 다오

붉고 붉은 새날의 양탄자를 나에게

 

 

 

 

김성희 | 2015년 계간『미네르바』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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