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조창규-수목한계선

수목한계선

 

 

  겨울 하늘의 작은 별들은 추워서 얼면 눈의 결정이 되어 내린다. 조금씩 쌓인 눈이 나뭇가지를 부러트리듯이 나는 너에게 잦은 상처를 주었고, 네 눈 속에 가득한 별들은 녹아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네가 외국으로 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렇게 너와 헤어진 줄 알았지만.

 

  폭설로 폐쇄된 국경선 근처 공항. 오대호를 채울 만큼 쌓인 눈이 새하얀 국경을 이룬다. 모든 여객기가 경유하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겠지만 직항으로 떠난 네 곁은 가장 먼 변방이었다. 비행기는 인접국으로 긴급 우회해 착륙했다. 네가 사는 지역에 몰아친 이번 한파로 수백 명이 고립되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재난을 겪은 게 떠오른다.

 

  지난날, 내 마음은 얼어 있었다. 그런데 네가 다가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만년설은 녹기 시작했고, 사랑은 식물의 최전방 국경선인 수목한계선을 넘고도 피어났다. 우리는 같이 바닷가를 거닐었다.

 

  국경 검문소에 인적이 끊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추운 도시에 매였고 밤사이 눈 덮인 지도를 쓸며 네 이름을 닮은 지명에 가만히 입술을 댄다. 너를 잊지 못해 국경을 넘는 밤. 가슴 뛰는 재회도 예고 없는 방문이라면 너의 집 문 앞에서 잠시 머뭇거릴 수 있다.

 

  그리움은 지명에서 멀지 않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사람과 바다는 왜 폭설에도 묻히지 않는가.

 

 

 

 

 

조창규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