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
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를 옥상에서 본다 오후지만
어두워서 오후의 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녁은 아니다
그 속에 커다란 감정이 들었지만 흔들기엔 대낮이었다 옥상이라
누가 안 볼 확률이 높았지만 누가 볼 경우도
커다란 오후 안
들어 있었던 것 같다 하늘색이랑 비슷한
옥상은 하늘색과 난간으로 정확히 구분되고 있어
다행이다 사람이
잘못 걸어 나가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는 게 힘들다 물론
잘못이나 실수는 서로 다르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람들 말고 사람만 만나보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잦다
내가 그 거미를 장난감이라고 착각한 것은 그 거미가 열대에서나 볼 법한
통통하고 털이 숭숭 난
거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음
커다란 장난감
같다는
오후의 거미 옆을 수차례 지나다니며
가을을 이겨낸 식물에게 비료로 강아지 오줌을 부어주었다
어떤 화분은 비었고
어떤 화분은
삽이 들었다
난 잘 모른다 어떻게 식물을
원통형 흙에 꽂아 키우며
(퍽퍽)
엘피는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는
지
뭔가 착각이 있었나본데 그건 실수라고 하기엔
푹푹
김유림 |2016년『현대시학』등단. 시집「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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