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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김유림-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

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

 

 

그리고 커다란 오후의 장난감 거미를 옥상에서 본다 오후지만

어두워서 오후의 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녁은 아니다

 

그 속에 커다란 감정이 들었지만 흔들기엔 대낮이었다 옥상이라

누가 안 볼 확률이 높았지만 누가 볼 경우도

 

커다란 오후 안

들어 있었던 것 같다 하늘색이랑 비슷한

옥상은 하늘색과 난간으로 정확히 구분되고 있어

다행이다 사람이

잘못 걸어 나가는 경우도 생각해야 하는 게 힘들다 물론

잘못이나 실수는 서로 다르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람들 말고 사람만 만나보면

 

둘을 혼동하는 경우가

잦다

내가 그 거미를 장난감이라고 착각한 것은 그 거미가 열대에서나 볼 법한

통통하고 털이 숭숭 난

거미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지 않음

 

커다란 장난감

같다는

오후의 거미 옆을 수차례 지나다니며

가을을 이겨낸 식물에게 비료로 강아지 오줌을 부어주었다

어떤 화분은 비었고

어떤 화분은

 

삽이 들었다

난 잘 모른다 어떻게 식물을

원통형 흙에 꽂아 키우며

(퍽퍽)

엘피는 돌아가면서

소리를 내는

 

뭔가 착각이 있었나본데 그건 실수라고 하기엔

푹푹

 

 

 

 

 

 

김유림 |2016년『현대시학』등단. 시집「양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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