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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설하한-물그릇에 담긴 시

물그릇에 담긴 시

 

 

한낮의 역 화장실

세면대 말끔히 말라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가득 찬 페이퍼타올

빈 휴지통

 

기르던 개가 문 너머 공기를 두어 번

응시한 사이 내놓은 편지뭉치들이 사라졌다.

눈 위에 점이 있는 개들은 유령을 본다고 했다.

 

물들이 거리에 선을 긋는다

우산으로 뛰어 들어온

손종 소리가 구두를 적신다

 

어떤 것들은 사라진 후에야 명징해지나 우린

수면에 비친 서로의 얼굴 대신

둥근 물웅덩이만을 기억할 따름이라

발이 축축하였다

 

마른 구두로 돌아오는 길 역 화장실

여전히 말끔한 세면대와 빈 휴지통

세계 둥근 물그릇 같은

나는 안녕했으니

좀처럼 알 수 없는 얼굴에서

표정을 잡기위해

연애를 할 것이었다

 

1.

물그릇 이가 나갔다

비를 다 맞으며

수레를 끌고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표정이 없었다

세계에 금이 가고 있었다

 

 

 

 

설하한 | 2019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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