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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0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한재범-오프사이드

오프사이드

 

 

오래 사귄 친구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징그러운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우린 매일 오래된 동네 피시방에서 만났지 흡연석 마주 편에서 코를 막고 게임했지 좋아하는 선수들로만 팀을 짜는 축구 게임 각자의 열한명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좋아했다 우린 서로의 유일한 라이벌 골키퍼와 골대를 욕하면서 치고받았다 네 골키퍼 정말 미친 것 같아 노이어도 그렇게 막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뭐래 더 좋은 팀 쓰는 주제에 작년 여름 우리나라가 독일을 이겼지 나도 기뻤어 나도 우리나라 사람이니까 게임에선 독일 국가대표를 썼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손흥민의 군 면제를 모든 국민이 원했지 너도 그 국민 중 하나였을까 지금 너는 군대에 있다 말뚝을 박겠다고 네가 은퇴할 때쯤이면 손흥민도 그라운드에서 은퇴를 하겠지 넌 그곳에서 늙겠지 나 다신 그 동네 안 돌아가 나는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그딴 촌구석에 있기엔 내가 너무 아깝다고 가끔 집에 내려갈 때마다 너를 만났다 이제 더는 갈 일이 없다고 그렇게 믿었는데 최근에 알았어 나라에서 나를 부른 거야 까먹고 있었어 나도 가야한다는 걸 게임이 끝났다는 걸 나도 이제 열심히 살아 지금도 봐 네 얘기 쓰고 있잖아 팔고 있잖아

 

숨이 차서 문득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 그곳이 보였다

있지, 네가 이겼어

 

 

 

 

 

한재범 | 2019년 『창작과 비평』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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